Seal

지금 시각 열한 시 이십팔 분
물론 아니지 아침
하루 일과 다 마치구
우연히 접한 곡 하나가
문득 날 갖다 놔
그때 그 책상 앞 어떤 작가 말마따나
이 노랜 읊조리거나
화내지 않을 거야
그냥 지금 내 머릿속
문장 정리 같은 거야
이런 노래가 더 빨리 써지는 거 알지
아 넌 힙합 안 들을 것 같아
모르겠다 미안
사실은 조금 웃겨 아니 사실 안 웃겨
엄밀하자면 우리 뭣도 아녔잖아
몇 개월 동안
알기만 알았지
말 안 했어도 알았잖아 서로
내 한마디에 넌 날았잖아
나 있는 곳으로
말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지금 말할게
넌 내 모든 걸 본 몇 중
하나였어 그때
고마웠다고 뭣도 모르고 달려와 줘서
아직도 기억한다고 문자 속 네 걱정
나도 꼭 하나 가지고 싶었어
남들도 있는 거잖아 나만 또
메말라가고 외롭기는 싫어서
뒤적거렸던 지나간 기억 속에서
발견한 교실 한 켠 옆자리에
앉아서 한마디 한 번
건넬 수 없던 너와 나
나도 있더라고 첫사랑 한 명
알아 넌 모를 거 알아 달라는 거
아니니까 괜찮아 뭐 다시 보고
싶다거나 그런 것도 아냐
오히려 싫어 난 재회는
넌 그 자리에 살어 열다섯
4분단 젤 뒤에는
아니었지만 벽 쪽이었고
다행이었어 들키지 않아서
내 두 뺨의 온도
당시 기분을 가사로 쓴다면
백지를 내야겠지
곡이 완성될걸 4분 33초
벌스 원을 쓰고 밤을 건너뛰었어
단번에 바닥낼 기억들이 아니라서
아직도 그 노래 전주 몇 마디에도
노란색 조명 아래
블라인드 앞에 선 그 나라서
드라마 남주처럼
나 대신 화를 내주던 너도
로코처럼 실수인 척 보냈던 문자도
풀다 보면 앨범 단위가 되겠지
이만 덮을게 내 낮잠 위에
덮어 줬던 겉옷처럼
나도 꼭 하나 가지고 싶었어
남들도 있는 거잖아 나만 또
메말라가고 외롭기는 싫어서
뒤적거렸던 지나간 기억 속에서
발견한 교실 한 켠 옆자리에
앉아서 한마디 한 번
건넬 수 없던 너와 나
나도 있더라고 첫사랑 한 명